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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모를 찾아서에서 말린의 통제는 정말 과한 것일까 어릴 때 『니모를 찾아서』를 처음 봤을 때는 말린이 그냥 답답한 아빠처럼만 보였다.왜 저렇게까지 하나 싶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다시 보니 조금 다르게 보였다. 세상은 실제로 위험한 곳이고 아이에게 늘 조심하라고 말하게 되는 부모의 마음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나 역시 아이들에게 무작정 부딪혀보라고 하기보다는 위험한 건 피하고 한 번 더 살피라고 말하는 편이다.말린의 통제는 정말 과한 것이기만 했을까.말린은 분명 답답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많다. 그런데 그걸 단순히 성격 문제로만 보기는 어려웠다. 너무 사랑하고 잃고 싶지 않아서 더 조심시키고 막아두려는 마음처럼 보였기 때문이다.말린은 왜 그렇게까지 조심시키려 했을까영화 초반의 말린은 늘 최악의 상황을 먼저 떠올린다. 세상은 위험하고 예측할 수 없어서 소중.. 2026. 3. 10.
돈의 가장 큰 역할은 ‘선택권’을 주는 것 『돈의 심리학』을 읽으며 떠오른 생각 기록나는 돈을 벌기 위해 시작했던 일이 있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선택한 일이었다. 조건도 나쁘지 않았고 수입도 분명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시작했다.처음에는 괜찮았다. 내가 원해서 한 선택이니까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버거워졌다. 일정이 겹치고 장거리 출장도 잦았고 생각보다 에너지가 많이 들었다. 다른 해야 할 일들이 밀리기 시작했고 마음은 자꾸 조급해졌다.겉으로 보면 그냥 일이 많아진 정도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쪽에서는 조금 달랐다. 하루를 다 쓰고도 내가 원하는 일은 하나도 못 한 느낌이 들었다. 분명 내가 선택해서 시작한 일인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 일이 내 시간을 끌고 가는 쪽에 가까워졌다.그만둘지 말지 오래 고민.. 2026. 3. 9.
여행은 사치일까, 회복일까 『돈의 심리학』을 읽으며 떠오른 생각 기록추운 겨울이 되면 자꾸 따뜻한 나라의 에메랄드빛 바다가 떠오른다.회색 하늘 아래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가 뜨거운 공기와 햇빛을 상상하면 마음이 먼저 움직인다. 일상에 지쳐 있을 때는 특히 더 그렇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집중도 잘 안 되고 그냥 멈추고 싶은 상태일수록 더 멀리 떠나고 싶어진다.그럴 때 여행을 다녀오면 분명히 뭔가는 달라진다. 돌아오자마자 큰일을 해내는 건 아니다. 오히려 며칠은 피곤하다. 빨래도 쌓여 있고 밀린 일도 그대로다. 그런데도 묘하게 머릿속이 정리되어 있다. “이제 다시 해보자”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올라온다.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멈춰 있던 일을 다시 꺼내볼 마음이 생긴다. 즉각적인 성과는 없어도 방향은 조금 또렷해진다.그래서 가끔 스.. 2026. 3. 8.
주식, 손해를 인정하는 일이 가장 힘들다. 처음 주식을 했다가 물렸다.오를 줄 알고 샀고 사자마자 떨어졌는데도 팔지 못했다. “언젠가 본전은 오겠지”라는 말로 1년을 버텼다. 전혀 오를 생각을 안 해서 결국 80% 손해를 보고 다 팔아버렸다. 팔고 나서 후련했냐고 하면 아니었다. 단지 허탈했을 뿐이다. “다신 주식 하나 봐라”라는 말이 그냥 나왔다.지금도 주식계좌에 소량 잔금은 남아 있다. 몇 년째 방치된 상태로 로그인하는 방법도 잊었고 이젠 거들떠보기도 싫다. 주식 시장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나랑은 안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그런데 돌아보면 더 이상하다. 왜 1년 동안 못 팔았을까. 내려가는 걸 보면서도 왜 그냥 붙들고 있었을까.나는 그때 돈을 못 놓은 게 아니었다.손해를 확정 짓는 순간을 못 견뎠다.팔지 않은 손해는 아직 숫자다. 빨간색.. 2026. 3. 7.
로또 한 장이 주는 기대감에 대하여 나는 로또를 두 번밖에 안 사봤다. 한 번은 그냥 궁금해서였고 한 번은 주변에서 같이 사자고 해서였다. 살 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이게 되면 정말 좋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잠깐 스쳤다.그런데 결과를 확인하고 나서는 금방 잊었다. 얼마나 잊었냐면 5천원이 당첨됐는데도 2년 동안 찾지 않아서 결국 못 찾았다. 당첨됐다는 사실 자체를 잊고 살았다.반면 주변을 보면 매주 사는 사람들이 있다. “언젠가 될 거야.” “거기가 명당이래.” 같은 말을 하면서. 처음에는 그냥 습관인가 싶었는데 생각해보면 그건 단순한 습관만은 아닌 것 같았다. 그 사람들은 매주 결과가 아니라,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의 마음을 같이 사는 듯했다.특히 추첨날 저녁이 되면 그게 더 또렷해진다. TV를 켜놓고도 바로 확인하지 않는다. .. 2026. 3. 7.
육아가 갑자기 버거워졌다면: 번아웃 신호 10가지 체크리스트 아이가 잠든 밤이었다. 거실 불을 끄고 나서야 집이 조용해졌는데 이상하게 그 고요함이 편안하지가 않았다. 소파에 앉아 멍하니 쉬고 싶었는데 시선은 자꾸 싱크대로 갔다. 설거지가 쌓여 있었고 빨래 바구니는 넘칠 듯했고 내일 챙길 준비물은 머릿속에서 저절로 목록이 만들어지고 있었다.“지금 조금만 하고 내일 아침에 하면 되지”라고 생각했는데 몸을 움직이기가 힘들었다. 어떤 날은 아이가 평소처럼 “엄마~” 하고 부르는데 순간적으로 잠깐만 날 찾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먼저 튀어나오기도 했다. 그 생각이 너무 미안해서 바로 웃으면서 대답했지만 속은 이미 지쳐 있었다.예전에는 그냥 “내가 예민해졌나?” 하고 넘겼다. 그런데 비슷한 날이 계속되다 보니 이건 단순히 피곤한 하루라기보다 계속 엄마 역할을 하느라 회복이 .. 2026. 3. 5.
저축이 자꾸 밀리는 이유 – 결심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작년 봄 저축 앱을 깔고 목표 금액까지 정해놓은 적이 있다.매달 초에는 정말로 “이번 달은 꼭 저축할 거야”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그런데 며칠만 지나면 꼭 이런 말이 나왔다. “이번 달만 예외로 하자.”문제는 그 예외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친구 약속이 많아지거나 갑자기 병원 갈 일이 생기거나 예상하지 못한 지출이 끼어든다.그렇게 한 번씩 넘어가다 보면 월말에는 통장에 애매한 돈만 남거나 남는 게 없기도 하다.저축은 또 다음 달로 미뤄지고 나한테 남는 건 자책보다 피로감이었다.예전에는 이걸 그냥 “내가 의지가 약해서”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지금은 조금 다르게 본다.저축이 무너지는 순간은 대개 결심이 약해서라기보다 지금이 더 크게 보이는 순간에 가까웠다.미래의 안정감은 멀리 느껴지고 오늘의 지.. 2026. 3. 5.
월 2만 원의 비밀 – 무이자 할부가 고정비가 되는 구조 결제창에서 “월 2만 원대”라는 문구를 보는 순간 손이 먼저 움직였다.총액은 24만 원이었는데 이상하게 그 숫자는 잘 안 들어왔다.“한 달에 이 정도면 괜찮지”라는 말이 머리에서 먼저 완성됐기 때문이다.문제는 다음 달 명세서를 열었을 때였다.예전에 결제해둔 할부 네 건이 아직 남아 있었고 여기에 또 하나가 추가돼 있었다.하나하나는 가벼운데 합치니까 묵직했다.그때 든 생각은 딱 하나였다. “나 지금 뭘 사고 있는 거지?”할부는 싸게 산 느낌을 주지만 현실에서는 고정비 한 줄을 조용히 더하는 방식일 때가 많다.왜 할부는 덜 부담된다고 느껴질까같은 돈이라도 언제 어떤 방식으로 빠져나가느냐에 따라 체감은 달라진다.할부가 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흔히 지불 고통이 약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된다(Prelec & Loe.. 2026.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