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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을 못 하는 사람은 착해서가 아니라 계산이 너무 빨라서다 며칠 전 동료에게서 “이거 해줄 수 있어?”라는 메시지가 왔다. 나는 답장을 쓰다가 지우고 또다시 쓰다가 지웠다. 왠지 거절하면 사이가 어색해질까 봐 괜히 미움받을까 봐 조심스러워진다.그래서 나는 보통 “그래, 내가 해볼게”라고 말했다. 마음이 넓어서가 아니라 거절했을 때 생길 일들이 머릿속에서 빠르게 떠오르기 때문이었다. 거절을 못 하는 사람을 두고 우리는 “착하다”고 말하곤 한다. 그런데 실제로 거절이 어려운 순간을 들여다보면 착함보다 계산이 먼저 움직일 때가 많다. 상대가 서운해할 가능성, 불편해질 분위기, 어색해질 관계, 다음에 돌아올 뒷말. 그런 장면들이 순식간에 떠오르니까 내 일정은 뒤로 밀리고 수락이 먼저 나온다.거절을 못 하는 건 착해서가 아니라 거절의 “대가”를 머릿속에서 너무 빨리 치르.. 2026. 2. 26.
좋은 순간을 기록하면 무엇이 달라질까? 좋은 일이 있었는데도 며칠만 지나면 “그랬었지” 정도로만 기억되는 날이 있다.몇 년 전 가족 여행 사진을 펼쳐봤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는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얼굴 표정은 분명 웃고 있었는데 그 웃음의 의미를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겠다. 그냥 좋으니까 웃은 건가 싶다가도 사진 속 표정은 정말 즐거워 보인다. 그런데 그 느낌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기억은 남아 있는데 그때의 느낌은 잊혀진 것 같아서 허무해질 때가 있다. 그래서 어떤 날은 “좋았는데 왜 남는 게 없는 거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좋은 순간을 기록하자는 말은 특별한 사람이 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바쁜 일상에서 기억은 생각보다 쉽게 흐려진다. 그래서 기록은 “행복을 만들기”보다 좋았던 느낌이 너무 빨리 잊히지 않게 붙잡아두기에 가.. 2026. 2. 25.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 시간이 없을 때 지친다 어떤 날은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 시간이 내 것 같다”는 느낌이 먼저 흐려져서 지친다.일정은 꽉 차 있는데도 내가 정했다는 감각이 약할 때가 있다. 그래서 쉬는 시간이 있어도 쉬는 느낌이 잘 들지 않고 잠깐 비는 시간에도 마음은 자꾸 다음 일을 기다린다. 시간의 양보다 ‘내 시간이라는 느낌’이 먼저 흔들리는 날이다.같은 24시간을 보내도 덜 지치는 사람은 “내가 선택했다”는 감각이 남는다. 반대로 더 지치는 사람은 “끌려다녔다”는 감각이 남는다. 일정 자체보다 내가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에 대한 주도권이 피로를 가르기도 한다. 그래서 시간 관리는 일정표보다 ‘내가 잡고 있는 몫’에 더 가까울 때가 있다. 이 감각은 단순한 기분 문제가 아니라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율성과도 닿아 있다. 내 행동을 .. 2026. 2. 13.
내려간 물가 vs 그대로인 생활 물가는 내려갔다는 뉴스를 봤는데도, 막상 장바구니는 가벼워지지 않을 때가 있다. 숫자는 "괜찮다" 쪽으로 기울었다는데, 생활은 여전히 빡빡한 느낌. 얼마 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꺾였다는 기사를 봤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이 그거였다. "그래서 나는 왜 아직 힘들지?" 숫자가 나를 비켜간 것 같은 그 기분, 이상한 게 아니었다.이 어긋남은 기분 탓이라고 하기엔 너무 자주 반복된다. 물가라는 숫자가 내려가는 속도와, 부담이 내려가는 속도가 처음부터 같지 않기 때문이다. 가격이 내려가도 체감이 늦게 따라오는 데에는 생활 속 구조가 끼어 있다. 우리는 숫자를 한 번에 보지만, 생활은 매달 같은 방식으로 반복된다.가격은 내려가도, 부담은 바로 내려가지 않는다. 우리는 '평균'이 아니라 '자주 결제하는 것'과 '매.. 2026. 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