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에세이27 게임을 끊지 못하는 나: 정말 의지력 문제였을까? 퇴근 후 침대에 누워 “10분만 볼까” 하고 유튜브를 켰다가 정신 차려보니 새벽 3시였던 적이 있다.알람까지 6시간 남았다는 걸 확인하고도 영상은 계속 이어지고 손은 쉽게 멈추지 않는다.아침에 눈을 뜨면 눈은 따갑고 머리는 멍한데 그날 저녁이 되면 또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곤 한다.예전엔 이걸 그냥 “의지가 약해서”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몇 번이고 겪다 보니 감이 왔다.문제는 내가 게을러서가 아니라 잠을 밀어내는 흐름이 이미 만들어져 있었다는 쪽에 더 가까웠다.내가 흔들리는 지점은 늘 비슷했다. 침대에 눕는 순간부터다.침대는 원래 쉬는 곳인데 어느새 “오늘 하루를 보상받는 장소”가 되어 있었다.낮에 내 마음이 너무 빡빡했던 날일수록 밤에는 멈추기가 더 어려웠다.그래서 오늘은 “수면 시간은 몇 시간이어야 .. 2026. 3. 3. 신데렐라 콤플렉스: 구조를 기다리는 마음과 현명한 협력의 차이 내 차에 경고등이 뜨면 나는 거의 반사적으로 남편에게 먼저 연락한다.어떤 사람은 이걸 “의존”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그런데 나는 그 단어가 너무 빨리 붙는 게 조금 불편하다.예전에 작은 문제를 혼자 판단해서 처리했다가 정비 비용이 두 배로 나간 적이 있기 때문이다.그 뒤로는 이렇게 생각하게 됐다. 빨리 묻고 정확히 처리하는 건 때로는 의존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일 수 있다.심리학자 콜레트 다울링은 신데렐라 콤플렉스라는 말로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기보다 누군가가 해결해주길 기다리는 마음을 이야기했다(Dowling, 1981). 그런데 내가 계속 걸렸던 건 바로 이 지점이었다. 도움을 구하는 행동 자체가 문제인 건 아니다. 정말 중요한 건 선택의 주도권이 내 손에 남아 있느냐는 쪽에 더 가깝다.도움을 요청하.. 2026. 3. 2. 운전 중 화가 치밀 때, 사실과 해석을 분리하는 법 아이를 태우고 운전할 때 옆 차가 갑자기 끼어들면 가슴이 먼저 철렁한다.브레이크를 밟는 손에 힘이 들어가고 턱이 딱 굳는다.입 밖으로 “아 진짜…”가 튀어나오려는 걸 삼키는 순간도 있다.나도 그런 날이 많았다. 문제는 그다음이다.위험은 지나갔는데 내 몸은 한동안 비상 모드를 풀지 못한다.예전의 나는 이렇게 정리했다. “저 차가 이상한 거지.”그런데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수록 한 가지가 보였다. 내가 화가 나는 건 끼어들기 그 자체만이 아니라 그 순간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이야기 때문이었다.“나를 무시했어.” “아이를 태웠는데 일부러 위협한 거야.” 같은 해석이 너무 빨리 붙었다.특히 아이가 뒤에서 “아빠 왜 그래?” “엄마 왜 그래?” 하고 물을 때가 있다.그 한마디에 더 민망해진 적도 있다. 나.. 2026. 3. 1. 10분만 보려다 새벽이 되었다면: 취침 미루기와 생체리듬의 어긋남 퇴근 후 침대에 누워 “10분만 볼까” 하고 유튜브를 켰다가 정신 차려보니 새벽 3시였던 적이 있다.알람까지 6시간 남았다는 걸 확인하고도 영상은 계속 이어지고 손은 쉽게 멈추지 않는다.아침에 눈을 뜨면 눈은 따갑고 머리는 멍한데 그날 저녁이 되면 또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곤 한다.예전엔 이걸 그냥 “의지가 약해서”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몇 번이고 겪다 보니 감이 왔다.문제는 내가 게을러서가 아니라 잠을 밀어내는 흐름이 이미 만들어져 있었다는 쪽에 더 가까웠다.내가 흔들리는 지점은 늘 비슷했다. 침대에 눕는 순간부터다.침대는 원래 쉬는 곳인데 어느새 “오늘 하루를 보상받는 장소”가 되어 있었다.낮에 내 마음이 너무 빡빡했던 날일수록 밤에는 멈추기가 더 어려웠다.그래서 오늘은 “수면 시간은 몇 시간이어야 .. 2026. 2. 28. 상사에게 화난 날 왜 집에서 예민해질까: 전치가 작동하는 순간 상사에게 지적을 받은 날이 있었다. 회의실에서는 “네, 알겠습니다” 하고 웃으면서 넘겼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오히려 잠잠해서 괜찮은 줄 알았다. 그런데 집에서 배우자가 “오늘 어땠어?” 하고 물었을 때 나는 대답도 길게 못 하고 짜증스러운 말투가 먼저 나왔다. 설거지 소리만 괜히 크게 내고 표정도 굳어 있었다. 그 사람 때문이 아니라는 걸 나도 알고 있었는데 몸이 먼저 그렇게 굴었다.이런 날이 지나고 나면 보통 뒤늦게 자책이 따라온다. “왜 하필 집에서 저랬지?” “왜 나는 감정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지?” 같은 말들. 그런데 그날의 나는 ‘성격이 나빠진 사람’이라기보다 이미 한 번 상처를 받은 사람에 가까웠다. 마음은 상처를 정면으로 들고 있기보다 안전한 쪽으로 조금 비껴 내보내는 길을 찾곤 한다. .. 2026. 2. 28. 정리 못한 방이 더 사람을 지치게 하는 이유 집에 들어오면 내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오는 게 있다. 현관 앞에 쌓인 택배 상자, 식탁 위에 놓인 컵들, 소파에 던져둔 옷, 한쪽에 밀려 있는 우편물들. “정리 좀 해야지”라고 생각하면서도 몸이 먼저 움직여지지 않는다. 이상하게도 그런 날은 작은 일에도 마음이 더 바빠진다. 해야 할 일은 별로 늘지 않았는데 머릿속은 자꾸 더 분주해진다. 정리를 못한 날을 두고 “의지가 약해서”라고 말하긴 쉽다.그런데 내가 겪는 불편함은 의지의 문제라기보다 눈에 계속 걸리는 것들에 더 가까웠다. 물건이 흩어져 있으면 눈에 보이는 게 많아지고 머리에서 처리할 것도 많아진다. 정리가 안 된 공간은 할 일을 늘리는 게 아니라 할 일이 계속 보이게 만든다.정리가 안 된 공간은 ‘해야 할 일’을 계속 띄워놓는다쉬는 시간에도 머리가.. 2026. 2. 27. 답장이 늦을 때 복잡한 생각이 드는 이유 오전에 보낸 메일이 하나 있었다.제목도 무난했고 필요한 내용도 다 넣었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오후가 되어도 회신이 없었다.처음에는 “바쁜가?” 하고 넘겼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다음부터 마음이 조급해졌다.받은편지함을 한 번 더 열어보고 새로고침을 하고 내가 쓴 문장을 다시 읽어봤다. 말투가 너무 딱딱했나. 요청처럼 들렸나. 제목이 애매했나. 답장이 없는 몇 시간이 지나자 메일 내용보다 그 공백이 더 크게 느껴졌다. 일을 하다 보면 답장이 늦는 건 흔한 일이다. 그런데 어떤 날은 유독 마음에 걸릴 때가 있다. 내 경험상 그때 힘든 건 ‘답이 없다’는 사실 자체보다 해석의 빈칸이다. 회신이 없으면 상대의 의도보다 내가 만들어내는 가능성이 먼저 늘어난다. “못 봤나?”와 “불편했나?” 사이에서 마음이 자꾸 흔들린.. 2026. 2. 26. 거절을 못 하는 사람은 착해서가 아니라 계산이 너무 빨라서다 며칠 전 동료에게서 “이거 해줄 수 있어?”라는 메시지가 왔다. 나는 답장을 쓰다가 지우고 또다시 쓰다가 지웠다. 왠지 거절하면 사이가 어색해질까 봐 괜히 미움받을까 봐 조심스러워진다.그래서 나는 보통 “그래, 내가 해볼게”라고 말했다. 마음이 넓어서가 아니라 거절했을 때 생길 일들이 머릿속에서 빠르게 떠오르기 때문이었다. 거절을 못 하는 사람을 두고 우리는 “착하다”고 말하곤 한다. 그런데 실제로 거절이 어려운 순간을 들여다보면 착함보다 계산이 먼저 움직일 때가 많다. 상대가 서운해할 가능성, 불편해질 분위기, 어색해질 관계, 다음에 돌아올 뒷말. 그런 장면들이 순식간에 떠오르니까 내 일정은 뒤로 밀리고 수락이 먼저 나온다.거절을 못 하는 건 착해서가 아니라 거절의 “대가”를 머릿속에서 너무 빨리 치르.. 2026. 2. 26. 이전 1 2 3 4 다음